사람을 태운 캡슐이 지하로 고속 이동하고 민간인이 우주를 여행하는 세상이 조만간 열릴지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만 보던 이런 일들을 실현해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세계는 지금 일론 머스크를 주목한다.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의 최근 행보는 대단하다 못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전기차로 육상을 평정한 그는 20년 전에 설립한 스페이스X의 성과가 가시화되며 우주 개척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하 고속 교통망 구축도 순조롭고, 지난해 발표한 휴머노이드 개발도 착착 진행 중이다. 이제는 트위터까지 사들인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은 어느 누구보다 세질 전망이다.
■테슬라
올해 1분기 테슬라는 같은 기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전기차 업계의 명실상부한 원톱임을 입증했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가 지휘하는 테슬라는 올해 1분기 7.6배 고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4월 20일 실적발표에서 테슬라의 1분기 최종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6배 늘어난 33억1800만 달러(약 4조980억원), 매출은 81% 증가한 187억5600만 달러(약 23조1700억원)였다.
이 기간 테슬라의 글로벌 신차 판매 대수는 무려 68% 성장한 31만여 대. 이 역시 사상 최다 기록이다. 주력 세단 모델3와 SUV 모델Y가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효자 상품임을 입증했다.
테슬라의 성장은 새로운 생산 공장이 빠르게 안정화된 결과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상하이 공장이 약 3주간이나 문을 닫았지만 미국과 독일 등 다른 지역의 새 공장들이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생산은 오히려 확대됐다.
시장의 왕성한 수요에 대응, 생산 라인 증대에 과감하게 투자한 테슬라는 현재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올봄 미국과 독일에 새 기가팩토리가 문을 열면서 안정적인 공급 시스템을 확보했다.
■테슬라봇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8월 테슬라봇을 처음 공개했다. 키 172㎝, 무게 56㎏으로 사람과 비슷한 체격을 가진 테슬라봇은 시속 8㎞로 걸어 다니는 진정한 휴머노이드를 지향한다.
테슬라봇 발표 당시만 해도 시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에도 일론 머스크는 개인의 인격과 기억 등 개성을 결정하는 요소들을 로봇에 심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때부터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우주개발에 이어 사람을 대신할 휴머노이드 개발에 본격 착수하며 미래 산업으로 확장에 속도를 냈다.
테슬라봇의 생산 예정 시기는 2023년으로 상당히 빠르다. 물론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일론 머스크의 말을 믿지 않는 전문가도 적잖다.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테슬라봇 개발도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봇에 진심이다. 이미 ‘옵티머스’라는 이름까지 붙인 그는 이전에 강조한 것처럼 사람들의 일상을 도울 진정한 휴머노이드의 탄생을 호언장담한 상황이다.
■스페이스X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역사가 깊다. 일론 머스크는 미항공우주국(NASA)이나 러시아우주국(로스코스모스) 등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개발에 민간이 끼어들 틈을 발견하고 2002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임직원이 1만 명에 달하는 스페이스X의 궁극적 목표는 민간 주도의 다각적 우주 개척이다. 무려 4만2000개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전 세계 위성 인터넷 망을 구축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비롯해 달 개발, 화성 이주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사업은 애당초 돈만 잡어먹는 하마로 여겨졌다. 시장 예측대로 스페이스X는 여러 차례 문 닫을 위기를 맞았다. 그 때마다 일론 머스크는 고집스럽게 회사를 지켜냈다. 2006년 NASA와 국제우주정거장(ISS) 화물 운송 계약을 맺고, 2010년 자체 개발한 우주선이 대기권 재진입 후 회수에 성공할 무렵 숨통이 트였다. 이 때부터 NASA는 스페이스X가 발사부터 귀환까지 가능한 우주선 기술을 갖춘 첫 민간기업임을 인정했다.
2012년 세계 최초로 ISS에 상용 우주선을 도킹시킨 스페이스X는 2015년에는 기세를 몰아 ‘스타링크’ 구상을 구체화했다. 2015년 ‘팰컨9’ 로켓으로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시도에 나섰고 이듬해 이 로켓의 해상 회수에 성공하면서 민간 우주업체의 가능성을 세계에 확인시켰다.
스페이스X는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에 공식 참여하며 기술력과 영향력을 과시했다. 우리나라나 일본 등 다양한 국가가 참여하는 이 계획은 다각적 달 유인 탐사를 목표로 한다. 그야말로 스페이스X는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등 경쟁 민간 우주개발 업체가 도달하지 못한 영역까지 개척하며 이 분야 최고임을 입증했다.
■보링 컴퍼니
일론 머스크가 거느린 회사 중 가장 덜 알려졌지만 비전은 원대하다. 터널 굴착회사인 보링 컴퍼니는 대규모 지하 교통망을 구축하려는 일론 머스크의 목표를 실현할 업체로 평가된다.
보링 컴퍼니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로 각각 지상과 우주를 호령하는 일론 머스크의 지하 프로젝트다. 지상의 교통 인프라를 지하 루프 안에 완전히 이전하고, 지상의 공간을 다른 용도로 개방해 교통 체증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다. ‘하이퍼루프’로 명명된 회사의 중장기 비전에는 진공 터널 속을 고속으로 주행하는 신개념 이동수단도 포함됐다. 1980년대 유행하던 SF영화가 실현될지도 모를 일이다.
일론 머스크가 구상한 대규모 지하 교통망은 업계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지난 4월 21일 이 회사는 바이(Vy)캐피털과 세쿼이아캐피털이 주도한 시리즈 C라운드에서 6억7500만 달러(약 8365억원)를 손쉽게 조달했다. 보링 컴퍼니의 회사 가치도 56억7500만 달러(약 7조285억원)로 훌쩍 뛰었다.
조달된 자금은 지하 고속수송 터널 건설 및 규모 확대를 위한 인력 증강에 투입된다. 일부는 터널 굴착기 프루프록(Prufrock) 차기 모델 연구개발에 투입된다. 원격조종과 자율운행이 가능한 이 굴착기를 통해 보링 컴퍼니는 향후 굴착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작업 속도는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트위터
4월 25일, 일론 머스크가 대형 SNS 업체 트위터를 매입한다는 소식에 시장은 그의 수완과 추진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지난 3월 말 트위터 주식 9.2%를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일론 머스크는 불과 한 달 만에 트위터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트위터는 독소조항을 내걸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지만 440억 달러(약 55조1100억원)에 지분 전량을 일론 머스크에게 넘기기로 결국 합의했다. 막대한 인수 자금을 일론 머스크가 너무나 손쉽게 조달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매입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이미 시장은 그의 트윗에 가상화폐 가격이 요동치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보링 컴퍼니의 약진에 트위터까지 집어삼킨 일론 머스크가 향후 어떤 신사업을 창출할지, 그리고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 세상이 지켜보고 있다.
[김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