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훈 특파원] 미국은 골프 전국이다. 2021년 기준 전국에 1만6천개가 넘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골프를 즐길 수 있다. 한국처럼 먼 거리에 있지 않고 주택 단지 안에 골프장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 한국과 달리 남녀노소 누구나 큰 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미국 골프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대 비즈니스로 부활하고 있다.
골프가 미국에서 대중화가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저렴한 라운드 비용 때문이다. 평균 35달러(약 4만 원)로 18홀을 돌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골프를 치는 사람 중 주니어(6-17세) 및 젊은 성인(18-34세)이 전체 골퍼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골프의 대중화는 수익으로 직결된다. 2024년 약 2500만 명 이상이 미국 골프 코스 및 컨트리 클럽에 약 246억 5천만 달러(약 31조 원)의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됐다.
골프 인구의 증가는 프로 골프 대회 등 각종 대회의 창설을 유도한다. 미국에서는 1년 내내 셀 수조차 없는 각종 골프 대회가 곳곳에서 열린다. 대회를 개최하는 지역은 골프 대회와 관련된 각종 경제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대부분의 도시는 규모와 대회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특히 프로 대회, 그중에서도 메이저 대회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PGA 챔피언십 경제 효과
지난 5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올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104회 PGA 챔피언십이 개막됐다. 이 대회를 보기 위해 수많은 타 지역 골프 팬들이 몰려들었다.
털사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이들이 일주일간 털사에 뿌린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털사 지역 체임버의 사장 겸 CEO인 마이크 닐은 "이번 대회는 티켓 판매 수와 후원 수익 측면에서 역대 가장 크고 성공적인 PGA 챔피언십"이라고 말했다.
올 PGA 챔피언십 개최로 인한 털사 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1억 4,350만 달러(약 1827억 원)다. 닐은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매일 45,000~50,000명의 팬이 숙박, 음식 및 음료, 교통, 소매 및 레크리에이션에 7900만 달러(약 1천6억 원)를 썼다고 말했다.
닐은 "5월은 털사와 북동부 오클라호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관광의 달이 됐다"며 "호텔과 식당마다 손님이 넘쳐났다. 호텔 및 레스토랑 관리자들은 초과 근무 수당과 일주일 동안 일할 임시 근무 직원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개최로 창출된 일자리가 24000개에 이른다.
이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타이거 우즈의 참가도 큰 몫을 차지했다. 닐은 "우즈가 필드로 복귀해 기뻤다. 그는 관중을 흥분시키고 전 세계 팬들을 흥분시킨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즈는 대회 기간 매일 수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대회 개최가 털사에 다른 비즈니스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닐에 따르면, 대회 기간 수 명의 타 주지사, 시장 및 경제 개발 지도자들이 털사를 찾았다. 심지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외국기업 CEO들도 이곳을 다녀갔다.
현장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기념품 수입도 만만치 않다. PGA 쇼핑몰은 대회 기간 남성, 여성 및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의류를 포함하여 1,200개의 다양한 로고가 있는 아이템을 제공했다. PGA에 따르면, 스위치 블레이드 디봇 도구, 토트백, 다양한 색상의 맞춤형 캡이 대회 기간 불티나게 팔렸다. 모자의 경우 1분에 20개의 모자가 판매됐다. 대회 장소인 서던 힐스의 현장 상점은 축구장보다 크다.
골프 시장 확대를 위한 주 차원의 지원도 각별하다. 오클라호마주 정부는 두 개의 새로운 법을 통과시켰다. 매년 6월 셋째 수요일을 골프의 날로 지정하여 주의 골프 산업이 게임을 홍보하고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오클라호마 골프 트레일 위원회를 만들어 공식 오클라호마 골프 트레일로 등재될 15~25개의 골프 코스 목록을 개발하기로 했다. 털사의 셰일라 딜스 의원은 "오클라호마에는 홍보할 가치가 있는 엄청난 골프 코스가 많이 있다"며 "이 법안을 통해 우리는 놀라운 코스뿐만 아니라 우리 주의 경제 동력이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마스터스 경제 효과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열리는 마스터스는 올해 정상 행사로 돌아오면서 오거스타 지역에 엄청난 경제적 영향이 미쳤다. 2020년 대회는 11월로 연기돼 관중 없이 치러졌다. 2021년 대회는 정시에 열렸지만 관객이 적었다.
오거스타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올 마스터스의 경제적 효과는 약 1억 2천만 달러였다. 마스터스 역시 호텔, 렌트카, 요식업계의 호황을 자극했다. 심지어 꽃 가게 매상도 각종 파티와 기타 행사로 인해 급증했다. 일주일간의 주택 임대사업도 활기를 되찾았다. 약 4,000채의 주택이 이 기간 임대됐다. 1주일 임대 수입으로 집주인 중 일부는 연간 모기지 지불금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이 지역 숙박 및 요식업계는 매년 약 4,000명을 추가로 고용했으나 전염병 대유행 기간에는 절반으로 줄었다. 올해는 다시 4,000명대로 복귀했다.
지난해 호텔 매출은 객실당 25달러 감소됐으나 올해 정상화됐다. 오거스타가 속한 리치몬드 카운티는 4월 한 달 동안 호텔-모텔 세금으로 140만 달러를 징수했는데, 이는 평균보다 3배나 높은 수치였다.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토너먼트의 추가도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마스터스는 다른 대회와 달리 매년 같은 코스에서 열리는 유일한 메이저 대회이기 때문에 '오거스타'가 골프의 대명사로 소개된다. TV 방송을 통해 매년 오거스타가 전 세계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조지아 상공회의소는 마스터스 기간 ‘레드 카펫 투어’를 실시했다. 경기가 열리는 나흘간 상공회의소는 기존 조지아 산업 리더와 함께 비즈니스 잠재 고객들을 상대로 조지아에서의 비즈니스 운영 참여를 유도했다.
이처럼 미국에서의 대형 골프 대회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골프 대중화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골프장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누구나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치스러운 스포츠로 인식됐던 골프가 생활 경제의 한 부문으로 자리를 잡은 이유다. 골프 관련 비즈니스로 먹고 사는 인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골프장은 물론이고, 골프 용품 비즈니스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골프 관련 전공이 대학에 개설돼 있기도 하다. <오클라호마시티(미국)=장성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