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마니아타임즈 조동석 기자] 물가상승 때문에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전통적인 자산인 주식과 채권 투자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역발상으로 접근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 물가상승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물가상승 수혜를 보는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수혜 자산으로는 원자재를 들 수 있다. 원자재란 상품이나 서비스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기초소재를 의미한다. 금, 은, 원유뿐만 아니라 구리, 철, 알루미늄 등 금속과 쌀, 밀, 옥수수, 돼지고기 등 농산물과 육류도 원자재에 포함된다.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원자재의 경우 특성상 한번 공급 부족이 생기면 이를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다. 생산에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자원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원자재 ETF, 어떤 것이 있나, 특징은?
그렇다면 원자재에 투자하는 ETF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1.귀금속
첫 번째로 귀금속 ETF가 있다. 금 ETF나 은 ETF가 대표적이다. 금과 은은 장신구 용도 이외에도 오랫동안 인류의 화폐 역할을 해오며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하며 경제위기 때마다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물가 상승기에도 금은 물가와 같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은은 IT산업용 원자재로 상당량이 소모된다. 따라서 귀금속과 산업용 금속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금과 은의 가격 방향성은 비슷하다. 그러나 변동성은 은이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금 ETF로는 ‘TIGER 골드선물(H) ETF’가 있다. 이 ETF는 미국 상품거래소(COMEX)에 상장된 금 선물 가격 움직임을 추종한다. 선물이 아닌 금 현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KINDEX KRX금현물 ETF’가 있다. 그러나 ETF에 투자하더라도 실제 금 현물을 수취할 수는 없다.
대표적인 은 ETF로는 미국 상품거래소에 상장된 은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KODEX 은선물(H) ETF’가 있다. 마지막으로 금·은에 동시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는 ‘TIGER 금은선물(H) ETF’를 선택하면 된다. 이 ETF는 금 약 90%, 은 약 10% 수준으로 투자된다.
2.산업용금속
두 번째로 산업용 대표 원자재인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에 투자하는 ETF가 있다. 산업용 금속은 건설, 장비, 인프라, 운송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와 밀접하게 움직인다. 특히 중국의 생산 및 소비 비중이 높아 중국 경기와 산업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인 투자 상품으로 ‘TIGER 금속선물(H) ETF’가 있다. 이 ETF는 런던 금속선물시장(LME)에 상장된 산업 금속인 구리·알루미늄·니켈의 선물가격 움직임을 추종하는 ETF다. 구리 44.0%, 알루미늄 41.9%, 니켈 11.0%이 편입돼 있어 산업용 금속에 한꺼번에 투자할 수 있다.
구리는 약방의 감초처럼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자재다. 모든 IT 제품에 사용되며, 최근 신재생에너지 분야인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 및 리튬이온 배터리 등에 활용이 늘며 수요가 껑충 뛰었다. 구리에 투자하는 ETF로는 ‘TIGER구리현물(H) ETF’와 ‘KODEX 구리선물(H) ETF’가 있다. ‘KODEX 구리선물(H) ETF’는 S&P GSCI North American Copper Index(TR) 선물을 추종하며 원·달러 환율에 대해 헤지를 하고 있는 상품이다. ‘TIGER 구리현물 (H) ETF’는 S&P GSCI Cash Copper Index를 추종하며 구리 실물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역시 원·달러 환율에 대해 헤지를 하고 있다. 해당 ETF의 NAV(순자산 가치)는 구리 실물의 가치에 런던 금속선물시장(LME)의 공인 창고 일간 보관비용을 반영해 산출된다.
다소 생소한 광물로 팔라듐이 있다. 팔라듐은 구리·니켈· 백금 등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은백색 금속이다. 주로 가솔린 차량 매연을 정화하는 촉매제의 필수 원료로 사용된다. 최근 유럽 친환경 정책과 함께 수요가 가파르게 늘었다. 대표적인 ETF로 ‘KBSTAR 팔라듐선물(H) ETF’가 있다. 해당 ETF는 팔라듐선물 지수(S&P GSCI Excess Return Index)를 기초지수로 추종하고, 뉴욕상업 거래소(NYMEX)에 상장된 팔라듐 선물에 투자한다. 팔라듐 공급량의 40% 가량을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팔라듐 가격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3.원유
세 번째로 원유 ETF가 있다. 원유는 연료, 산업 및 공업 등에 사용되며 하루라도 없이 살 수 없는 필수 에너지 자원이다. 높은 활용도와 인지도로 원자재 중에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요는 꾸준하지만 원유의 매장은 중동과 동유럽, 북미에 편중돼 있고 공급은 제한적이라 정치적·지정학적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자원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와 ‘KODEX WTI원유선물(H) ETF’가 있다. 둘 다 WTI 원유 선물 가격을 추종하지만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는 선물 만기 시 다음 월물과의 차이에 따라 롤오버 비용을 완화하도록 지수를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4.농산물
농산물도 원자재 ETF로 나와 있다. 농산물은 인류의 식량과 동물의 사료로 주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바이오 연료로 쓰이면서 수요가 늘었다. 생산에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 즉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러시아 전쟁으로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한 것이 좋은 사례다. 지정학적·정치적 리스크 보다 농산물 작황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은 가뭄, 홍수, 한파 등 기후 조건이다. 특히 최근 발생하는 여러 가지 기상이변은 농산물 작황에 큰 변수로 작용하며 생산량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농산물 ETF로 ‘ TIGER 농산물선물 Enhanced(H) ETF’, ‘KODEX 3대농산물선물(H) ETF’, ‘KODEX콩선물(H) ETF’가 있다.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 ETF’는 S&P GSCI Agriculture Enhanced Index(ER) 지수를 추종한다. 주요 편입 농산물로는 옥수수 39.4%, 콩 24.6%, 밀 24.1%, 설탕 9.9% 등이다. 롤오버 비용 경감을 위해 각 농산물마다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롤오버하는 것이 특징이다. ‘KODEX 3대농산물선물(H) ETF’는 S&P GSCI Grains Select Index ER 지수를 추종하며, 옥수수 43.06%, 콩 28.8%, 밀 28.2%가 포함된다. ‘KODEX콩선물(H) ETF’는 콩에 100% 투자된다.
ETF 통한 원자재 투자, 장점과 단점은?
ETF를 통해 원자재에 투자하는 경우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거나 선물 혹은 펀드로 투자하는 것에 비해 다양한 장점이 있다. 먼저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보수가 합리적이다. 게다가 환매수수료 등 부가적인 비용이 없다. 선물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처럼 만기 관리와 롤오버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또한 설정이나 환매기간 없이 실시간 매매가 가능해 쉽고 편리하다. 무엇보다 상세 투자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투자 판단이 용이하다.
유의할 점도 있다. 대부분 ETF는 선물에 투자된다. 선물에 투자된다는 것은 실물이 아니라 외국거래소에 상장된 파생상품에 투자된다는 의미다. 실례로 원자재 실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금이나 원유 실물을 매입하고 이에 따른 보관 과 관리 등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예컨대 TIGER 구리실물 ETF의 경우 투자자가 ETF를 매수하면 ETF에서 그만큼 실제 구리를 매수하여 편입한다. 이때 구리를 보관하는 창고업자는 조달청이며 부산의 창고에 실물이 보관된다. 그에 따른 물류나 창고 비용도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해당 ETF는 요청하면 실제 구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는 실물 보유나 인도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원자재를 매수하는 경우가 많아 현물보다는 상대적으로 편리하고 규격화된 선물 투자가 선호된다.
원자재 투자는 대부분 선물로 투자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투자자들은 선물 ETF에 투자하면서 현물 수익률과 비교하며 시장가격이 잘못 형성되었다고 오해하기 쉽다. 현물가격은 현재 현물의 가격이고 선물은 미래 만기의 가격이라서 당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또 선물은 만기가 되면 롤오버를 하는 과정에서 비용 혹은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도 현물과 가격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퇴직연금 및 IRP에서 원자재 ETF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이 있다. 대부분의 원자재 ETF의 경우 파생상품인 선물에 투자한다. 따라서 파생상품 투자 제한이 있는 퇴직연금 및 IRP에서는 원자재 ETF에 투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연금저축계좌나 ISA에서는 선물 ETF 투자가 가능하고 절세도 가능해 원자재 투자 시 해당 계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외적으로 TIGER구리현물(H)과 KINDEX KRX금현물 ETF는 현물ETF라서 퇴직연금에도 투자가 가능하다.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원자재 지수나 선물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재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원자재 기업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가격 상승기에는 원자재 직접 투자를 넘어서는 초과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원자재 현물 투자의 번거로움이나 선물 투자 롤오버에 따른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표적인 원자재 기업 투자 ETF로는 ‘TIGER 글로벌자원생 산기업(합성H) ETF’가 있다. 이 ETF는 천연자원 생산 등에 관련된 기업에 투자한다. 에너지·금 속·농산물 관련 기업에 각 30% 를 투자하고, 목재·수자원 관련 기업에 각 5%를 투자하며 미국, 캐나다 등의 주식시장에 상장된 12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또 희소 원자재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특색 있는 ETF로 ‘ARIRANG 글로벌 희토류전략자원 기업 ETF’가 있다. 희토류는 매장량이 편중돼 있고 채굴·정 제·가공이 어려운 광물을 의미하며 전략 자원은 리튬·코발트·티타늄과 같은 희소 금속을 의미한다. 해당 ETF는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부존량이 적거나 추출이 어려운 희귀 금속 광물의 생산 및 가공과 관련된 글로벌 20개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원자재 투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주의할 점은?
원자재는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 자산과 상관계수가 낮아 자산 배분 관점에서 우수한 대체투자 수단이다. 경기나 가격 사이클에 따라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으며 특히 물가 상승 수혜를 받는 대표적인 자산이다. 그럼에도 원자재는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원자재의 높은 변동성은 원자재가 갖는 고유한 특성 때문이다. 먼저 원자재 공급은 비탄력적이다. 원자재는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단기간에 생산시설을 늘려 공급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경기가 침체되면 수요가 급격히 줄지만 기존 설비투자로 인해 급격한 공급 감소가 어려워 가격하락이 심화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자재 수요와 공급의 급격한 변화는 원자재 사이클을 만든다. 둘째로 에너지, 금속 등 천연자원은 매장량이 한정적이어서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생산이 지속되고 수요가 급증할수록 생산원가가 더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로 원자재는 매장량의 지리적 편중이 크다. 따라서 특정 자원의 수출입 통제로 자원의 무기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특히 에너지의 경우 국가별 정치 요인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농산물은 계절적인 요인에 따라 작황이 크게 좌우된다. 전년도 재고, 경작지의 변화, 수확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북반구와 남반구에 따라 파종과 수확 시기가 다르고 기후 여건도 달라 농산물의 작황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격적인 측면만 보면 흉년에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풍년에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원자재 투자는 변동성 관리가 필수적이다. 변동성 관리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원자재에만 집중 투자하기보다 자산 배분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투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익성은 높이면서 전체적인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낮출 수 있다. 또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다가 일정 목표 수익에 도달하면 수익을 실현하거나 비중을 낮춰 위험관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장 좋은 투자 방법은 연금저축이나 ISA 계좌를 통해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다가 일정 목표수익률에 도달하거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투자 비중이 일정 수준보다 높아지면 비중을 줄이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고=김수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채널마케팅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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