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5월호 Vol.13

[VOL.3] 금리, 장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듯

재테크 2022-07-05 10:07 조동석 기자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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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니아타임즈 조동석 기자] 물가 상승이 우리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게 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 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은 한미 금리 역전을 앞두고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우리나라(연 1.75%)와 미국(연 1.50~1.75%)의 기준금리 차이가 상단 기준으로 기존 0.75%포인트 차이에서 같은 수준이 됐다. 7월13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더라도, 미 연준이 7월에 '빅스텝'을 밟게 되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0.75%포인트 인상 이후 27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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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경우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콜금리 목표제를 시작한 1999년 5월 이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때는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19년 10월 3차례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현황을 살펴본 결과, 세 차례의 한미 금리 역전 기간 모두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 됐지만, 월 별로 보면 순유출됐던 때도 적지 않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미 금리차가 역전된 가장 최근 시점인 2018년 3월~2019년 10월 국내 증권과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420억5300만 달러 순 유입됐다. 증권 자금은 19억6400만 달러 순유출 됐고, 채권 자금은 440억1800만 달러 순 유입됐다. 이 기간에도 모두 순유입이 됐던 것은 아니고 15개월은 순유입 됐으나 5개월은 순유출됐다. 특히 2018년 9월~12월 4개월 연속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증권투자자금이 73억4000만 달러 순 유출됐다. 주식과 채권에서 각각 61억6300만 달러, 11억7700만 달러 순유출됐다.

1999년 6월~2001년 2월에는 외국인 전체 증권투자 자금이 175억8700만 달러가 순유입됐고 이 가운데 증권이 207억9500만 달러 순유입, 채권이 32억7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이 기간 한미 금리 역전폭이 1.5%포인트로 역대 가장 컸던 2000년 5월에는 9억6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특히 채권 자금이 16억9300만 달러 순유출 됐고, 증권 자금은 7억8600만 달러 순유입됐다.

2005년 8월~2007년 8월에도 전체 증권투자자금은 233억5200만 달러 순유입됐다. 증권 자금이 257억3100만 달러 순유출 됐고, 채권자금은 490억8400만 달러 순유입됐다. 2006년 5~7월에는 증권과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7억800만 달러 순유출 됐다. 증권에서 110억9300만 달러 순유출됐고 채권에서는 40억1300만 달러 순유입됐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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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보다 국내 기준금리가 낮아졌던 때는 모두 26차례로 이 사례 중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던 경우는 2차례에 불과하다. 미국보다 낮은 정책금리가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출을 유발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최근의 경우 과거와는 다르다는 시각이 많다. 당시에 원·달러 환율이 900원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등 원화가 강세였지만 최근엔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국제수지 역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급등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규모 축소에 외국인 배당 지급까지 겹치면서 경상수지도 2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은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운용한다.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며 판단한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가계부채에 기업부채까지 더한 민간부채 규모가 전체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여기에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 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지난 3월 '위기 단계' 직전인 '주의 단계'로 진입했다. 금융불안지수가 '주의 단계'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주의 단계에서 5개월 만에 위기 단계로 진입한 바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누증, 높은 주택가격 수준 등 잠재한 취약 요인이 우리 금융 시장에 추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금융불균형 누증을 억제해 금융 기관의 복원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은이 금리인상 명분으로 내세웠던 가계부채 누적 등 '금융불균형'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앞당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불안지수는 숫자가 높을 수록 그만큼 금융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 지수가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이 지수는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4월 24.5까지 치솟으며 3개월 연속 위기 단계에 머물다가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로 빠르게 내려온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인 2008년 2월에도 10을 기록한 후 5개월 만인 7월(21.8) 위기단계에 진입해 13개월 연속 '위기 단계'를 지속했다. 2008년 12월엔 57.6까지 뛰어 오르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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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지수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금융시장이 '퍼펙트스톰'(총체적 복합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합친 민간신용의 비율은 올해 1분기 219.4%로 전분기(219.5%) 보다 소폭 꺾였다. 2017년 4분기(181.9%)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감소 전환이다.

주체별로는 가계가 104.5%로 전분기(105.8%) 보다 1.3포인트 하락했고, 기업이 114.9%로 전분기(113.7%)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는 등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번 돈 모두 끌어모아도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빚이 불어났다는 얘기다.

한은은 "가계부채 누증, 높은 주택가격 수준 등으로 중장기 시계에서의 금융시스템 내 잠재 취약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자영업자 대출도 크게 늘고 있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보다 4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은 2020년 4분기 803조5000억원으로 800억원을 넘어선 후 지난해 4분기에는 909조2000억원으로 다시 90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취약차주가 보유한 자영업자대출은 88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68조원)에 비해 30.6% 증가했다. 취약차주 수도 31만6000명으로 전분기(28만1000명) 보다 크게 늘었다. 다만, 자영업자 폐업률은 2019년 12.1%에서 2020년 10.9%로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

미 연준의 긴축,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국내 금융 시장에 '퍼펙트스톰' 경고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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