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5월호 Vol.13

[VOL.10] 골프 잘 치려면 고관절 회전 알아야

라이프스타일 2023-03-09 11:07 진재호 한의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전달자의 어휘나 문장에 다소 오류가 있더라도, 속 뜻을 헤아려 그 본질을 이해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거시기, 저기로 통용되는 전라도 사투리가 익숙해서인지 평소에는 개떡을 들어도 찰떡으로 잘 알아듣는 편인데, 유독 골프 스윙 레슨을 접할 때는 개떡에 꽂혀서 찰떡을 잊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스윙할 때 허리가 잘 돌아야 된다는 개떡이 그것인데, 허리를 구성하는 5개의 요추는 본래 회전에 적합한 구조물이 아니다. 사실 회전을 못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요추는 굴곡과 신전에 특화된 구조물로, 각각의 요추가 1도씩 도합 5도 정도의 회전을 할 수는 있으나, 이것은 회전을 위해서라기보다 요추에 회전압력이 걸렸을 때 부하를 덜어주는 정도의 의미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허리를 이리저리 돌린다 할 때, 기실 그것은 고관절에 대한 골반의 회전이다. 오른손잡이 골퍼가 테이크어웨이 할 때 우측 고관절은 내회전하고, 좌측 고관절은 외회전하며 골반은 오른쪽을 보게 된다. 팔로우 스루 때 우측 고관절은 외회전, 좌측 고관절은 내회전하면서 골반은 좌측을 보게 된다. 골반의 천골 위에 얹혀진 요추도, 골반이 오른쪽을 볼 때 오른쪽을 보고, 왼쪽을 볼 때 같이 왼쪽을 보게 되지만, 요추관절 자체에서 우회전 또는 좌회전을 한 것은 아니다.

그간의 임상 경험을 비추어 보면 많은 중장년 남성이 왼쪽 고관절은 외회전, 오른쪽 고관절은 내회전이 돼 있다. 바꿔 말하면 왼쪽 고관절은 내회전이 잘 안되고, 오른쪽 고관절은 외회전이 잘 안된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양반다리 모양으로 다른쪽 다리에 올려 놓을 때, 왼쪽은 잘 되지만 오른쪽은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오른쪽으로 테이크어웨이 할 때는 큰 문제가 없으나 팔로우스루 때가 문제다. 좌측 고관절을 내회전 시킴으로써 왼쪽에 벽을 만들고 충분한 회전력으로 맥길로이 같은 멋진 스윙을 해야 될텐데, 현실은 좌측 고관절 제한으로 고관절 위에서 골반이 회전하지 못하고, 보상으로 왼쪽 다리가 통째로 돌면서 왼발 앞부분이 타깃 쪽을 향하며 피니쉬 자세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게 된다.

그냥 엉성한 스윙으로 끝나면 마음을 비우고 명랑골프를 지향하면 그만이겠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안되는 걸 억지로 하려다 보니 엉뚱한 허리에서 회전부하를 받게 된다. 공을 점점 강하게 치려하면 할수록, 허리에는 점점 회전부하가 누적된다. 앞서 허리는 회전하기에 적합한 구조가 아니라 하였다. 허리에 지속적으로 회전부하가 걸린다는 것은, 시기가 언제냐의 문제일 뿐, 결국은 통증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봤던 건장한 40대 후반의 남성 환자도 이런 문제로 내원 했었다. 모든 공을 온 힘을 다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최대한 강하게 치려 하는 분인데, 요즘 들어 연습을 하고나면 허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이 환자에게 양반다리 모양을 만드는 화베르-패트릭 테스트를 통해 양쪽 고관절의 가동범위가 다름을 보여주고, 고관절의 가동범위의 편차로 인해 스윙시 허리에 부적절한 회전부하가 걸리게 됨을 설명드렸다.

아울러 치료가 다 될 때까지 골프연습을 중단할 게 아니라면, 이 점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왼발을 전보다 더 오픈해두고 스윙하시는 게 어떻겠냐 조언했다. 고관절 때문에 스윙에 제한이 생긴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던 탓인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으나 며칠 전에 와서는 왼발을 살짝 열었더니 허리 통증이 훨씬 덜하다는 얘기를 해줬다.

왼발을 열어둔다고 고관절의 내회전 범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으로 출발점을 바꾸는 효과가 있다. 10km 밖에 못 달리는 차로 20km를 가기 위해서, 출발점을 10km 당겨놨다는 얘기다. 고관절의 근본원인은 아직 해결하기 전이라도, 이렇게 통증을 가중시키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은 치료에 매우 요긴하다. 기껏 하루 한 시간 정도 아무리 공들여 치료한다 한들, 나머지 시간에 통증을 가중시키는 습관이 지속된다면, 치료가 잘 될 리가 없지 않은가.

누구나 나이가 들면 관절의 가동범위가 줄고, 근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를 늦추기 위해 스트레칭과 체력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최소한 아프지 는 말아야겠다. 때문에 의자에 앉아서 한쪽 번갈아 양반다리를 해보고, 좌우의 편차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왼쪽이 안되면 테이크어웨이 때, 오른쪽이 안되면 팔로스루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지각한다면, 앞으로는 어떤 스윙 레슨에 혹여 개떡이 나오더라도 찰떡으로 알아먹을 수 있지 않을까.

진재호 한의사(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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