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야간에 진행된 북한 창군 행사의 주역은 ICBM과 김주애이다. 화성-17형 ICBM과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18일 동반 등장했다. 당시 북한매체는 김정은과 김주애가 손을 잡고 화성-17형 ICBM을 배경으로 걸어 오거나, 둘이서 발사된 미사일을 바라보는 장면을 공개하며 김주애를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보도했다. 김주애와 화성-17형 ICBM은 이어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 행사와 창군 열병식, 북한 조선우표사에서 공개한 기념우표에 함께 등장했다. 특히 김주애는 호칭도 '존귀스러은 자제분'으로 격상되면서, 창군 행사에서 김정은과 나란히 주석단에 올라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마와 인민군을 사열했다. 장군을 병풍 삼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후계자를 시사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후계자로 김주애를 내정하고 우상화를 시작하고 있는 것일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이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김주애를 조기에 등장시킨 배경과 왜 김여정이 아니고 김주애라는 점이 특히 주목거리이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후계과정과 비교하면 김주애의 조기 등판은 이례적이다. 김정일은 10여 년 이상 후계수업을 거쳐 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공식적으로 후계자가 됐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2008년부터 후계자로 내정되고 2012년 3대 수령이 됐다. 아마도 김주애의 조기 등판은 김정은의 건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김정은이 상당 기간 공개 활동이 없을 때 국정원은 김여정의 위임통치를 인정한 바 있다. 김정은이 공개활동을 재개하고 나서 열린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당 제1비서를 만들어 당 총비서(김정은)의 대리인으로 명시하면서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김일성과 김정일체제에서 수령의 유고에 대비하는 제도를 만들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의외의 결정이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입법적 불비를 만든 것은 수령의 절대권력을 보장해 세습체제를 유지하려는 전략이었다. 반면에 당 제1비서를 당 규약에 명시한 점은 경로의존적 의사결정에서 벗어난 결과인데 아마도 김정은의 공백을 학습한 후 후계체제를 대비하는 제도화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김주애의 등장은 2021년부터 준비된 것이므로 당 제1비서는 김주애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체제는 수령 3대 세습체제다. 수령 후계자로 내정되면 우상화 과정을 거친다. 우상화는 상징조작으로 나타난다. 상징조작은 의식·노래·표어·모형 등의 상징물을 이용해 대중의 심리를 조작함으로써 지배의 정당성을 수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수령 후계자를 위한 상징조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먼저 수령 후계자의 정통성을 마련하기 위한 담론을 생산한다. 수령 후계자의 자격을 수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인물 즉 백두혈통으로 한정한다. 김정은 후계과정에 만경대 가문과 백두혈통을 계승하는 기사가 노동신문에 실렸다. 김주애의 백마를 창군 열병식에 등장시킨 것은 백두혈통의 적자임을 시사한다.
최근 김여정은 공식행사에 김주애가 등장한 후 김정은과 거리를 두고 있으나 대남 강경 메세지를 주도하는 것을 보면 김일성체제의 김영주나 김정일시대 김경희처럼 4대 세습을 지원하는 친인척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주애의 등장은 4대 세습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다. 그동안 호기심 대상이었던 김주애를 북한 당정군엘리트나 주민들이 어떻게 수용할 지 자못 궁금하다.
[김학수 월간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