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침팬지보다 발전한 이유는? '진화하는 언어'
지구상에서 인간과 가장 닮은 동물은 침팬지다. 침팬지의 DNA는 인간과 98%가량 같다. 두 종은 원래 한 뿌리에서 나왔다. 약 700만 년 전 쯤 공통 조상인 대형유인원에서 파생했다.
침팬지들도 권력 투쟁을 하고 서로 힘을 합치거나 상대를 설득한다. 심지어 모략을 꾸민다. 서열이 낮은 녀석들이 합세해 그들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침팬지를 몰아내기도 한다. 권력에 대한 욕구는 인간 못지않다. 권력 앞에서 잔혹해지는 것도 같다.
그런데도 침팬지는 늘 ‘침팬지’인 채로 살고 있다. 여전히 밀림에서 나뭇잎이나 열매를 따먹고 살고 불은커녕 도구도 제대로 쓸 줄 모른다. 두 발로 걷는 것도 어설프다. 고등 동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 인간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직립보행을 하고 도구를 쓰고 불을 지필 줄 안다. 도시를 만들고 문화와 문명을 이루고 지구상의 가장 높은 서열의 승자로 살아가고 있다.
무엇이 침팬지는 침팬지인 채로 살고, 인간은 인간답게 살도록 했을까.
심리학자 닉 채터와 모텐 H 크리스티안센은 신간 '진화하는 언어'(원제: The Language Game)에서 언어의 사용이 그 같은 차이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책은, 인간의 언어는 진화의 법칙이 아닌 우연의 법칙에 따라 생성됐다고 설명한다. 언어가 "우연의 결과물"이며 "즉흥적으로 행하는 제스처 게임"과 같다는 것이다.
제스처 게임이란 "지식을 유연하게 창조적으로 활용해 솜씨 있게 즉흥극을 벌이는 것"이다. 각각의 게임은 은유적 방법으로 변형되고, 단어의 의미도 고정된 의미를 지니는 게 아니라 문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인간의 역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에게는 있는 언어가 왜 침팬지에게는 없는지, 어린아이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어떻게 언어를 쉽게 습득하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최근 유행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의 한계도 지적한다. 챗GPT는 "인간처럼 제스처 게임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챗GPT의 한계는 분명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언어가 유전자나 뇌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독창성이 수천 년간 축적되며 만들어진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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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미셸 오바마를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미셸 오바마 자기만의 빛'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새 책 '미셸 오바마의 자기만의 빛'(원제: The Light We Carry)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웅진지식하우스. 이다희 옮김.
초판만 미국에서 275만부가 판매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다. 크고 작은 난관을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여정을 담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를 성공으로 이끈 "인생의 도구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작고 사소한 것의 힘'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미셸 오바마는 평생 전력투구하는 삶을 살았다. 흑인이었던 그가 명문 프린스턴대학과 대형 로펌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분주함이라는 갑옷을 걸치며" 바쁘게 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수첩에는 체크리스트, 전략이라는 말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후에는 그 어떤 일도 계획대로 되는 게 없었다. 점증하는 불안 속에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식료품 사재기'에 동참하며 전 퍼스트레이디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 관용은 자취를 감췄고, 편견은 노골화했다.
"남편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사람은 어떤 미안함도 없이 공개적으로 특정 인종을 차별하는 욕설을 내뱉고 이기주의와 혐오를 공공연한 것으로 만들었다. 백인 우월주의자를 배척하지 않았으며 인종주의를 규탄하는 사람들을 지지하지 않았다."
끝없이 밀려드는 절망감 속에서 그가 시작한 건 '뜨개질'이었다. 수십 년 동안 바쁘게만 살아왔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습관이 됐었는데,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 행동부터 하고 뒤이어 생각을 정리했다.
"큰 문제 옆에 작은 문제를 두면 다루기가 좀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생에서 작은 시도들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두려움을 소화하는 법, 다정하게 자신을 위로하는 법, 남들의 거울에 비친 나를 지우고, 진정한 나로 성장하는 법 등 다양한 '삶의 공식'이 담겼다.
부부의 소소한 일화도 소개한다. 남편 버락은 뛰어난 비전을 제시하는 탁월한 정치가이지만 사생활에선 약점 많은 "인간일 뿐"이다. 자주 아무렇게나 양말을 벗어놓고, 버터를 먹고 나서 냉장고에 도로 넣어두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버락 오바마는 일반 남성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저자는 현재를 상실의 시대, 불안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재건, 회복, 재창조 같은 희망적인 생각을 입에 담기 쉽지 않은 시기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나아갈 것, 품위 있게 계속 전진할 것을 제안한다.
"활기를 잃지 말고 신념과 겸손한 자세, 공감을 잃지 말자. 진실을 말하고 타인 앞에서 최선을 다하고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역사와 맥락을 이해하자. 분별 있게 살고 억척같이 살며 분노하며 살자. 하지만 무엇보다 노력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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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유교사회의 아웃사이더, '유자광, 조선의 영원한 이방인'
조선 전기 문신이었던 유자광(1439∼1512)은 무오사화(戊午士禍)의 단초를 제공한다.
그는 김종직(1431∼1492)이 생전에 쓴 글이 세조(재위 1455∼1468)가 단종(재위 1452∼1455)으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일을 비방한 글이라며 글귀 하나하나 풀어 왕에게 아뢰었다.
이 일로 김종직은 무덤을 파고 관을 꺼내 시체를 욕보이는 부관참시를 당했다. 김일손·권오복·권경유·이목·허반 등 신진 사림파 다수가 화를 입었다. 조선 최초의 사화다. '문제적 인물' 유자광은 과연 간신이었을까.
고(故) 정두희 서강대 명예교수와 그의 제자인 계승범 서강대 교수가 함께 쓴 '유자광, 조선의 영원한 이방인'은 유자광을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책은 첩의 소생으로 태어나 병조정랑, 한성부판윤, 장악원제조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으나 결국은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은 유자광의 행적을 다양한 사료와 함께 보여준다.
저자들이 특히 주목한 건 유자광이 살아야 했던 ‘시대’다. 유자광은 1467년 이시애의 난을 진압할 때 자원해 종군한 일을 계기로 세조의 총애를 받아 29세의 나이에 중앙 정치 무대를 밟았고, 두 번에 걸쳐 공신 책봉을 받았다.
그러나 천민 출신의 첩이 낳은 아들이었던 유자광에게 태생적 한계는 분명했다. 유자광이 세조부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 등 5명의 왕을 모셨으나 유교 사회 조선에서 언제나 '아웃사이더'이자 '이방인'이었다는 것.
그가 정계에서 활동한 시기는 서얼에 대한 차별이 본격화하던 때이기도 했다. 임금의 총애에만 기댈 수밖에 없었던 유자광의 '승부사'적 측면이나 사신으로 두 차례 명나라에 다녀오기도 했던 일화 등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면모도 짚는다.
"조선왕조의 지배 구조 및 '유교 사회를 향한 거대한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충분히 고려해야 그가 남긴 삶의 궤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자광의 사례는 전환기의 조선 왕조를 파악할 수 있는 현미경일 뿐만 아니라, 미시사와 거시사를 연결해 주는 망원경인 셈이기도 하다."
책은 고인이 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완성했다. 스승이 미처 마치지 못한 문장을 채우고 이야기를 더해 한 권의 책으로 내놓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전경우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ckw86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