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한국 불교를 상징하는 역사적 공간이며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대표 명소다. 요즈음은 외국의 젊은 남녀들이 더 많이 찾는 국제적인 자리가 되었다. 지금은 조금 옹색하지만 머지않아 ‘총본산 성역화 불사’가 어느 정도 끝나면 그 같은 도심 속 ‘천년 고찰’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건물들에 막혀 숨어있다시피 했던 일주문이 훤해지고 경내 공간도 확 트이면서 총본산의 위엄을 갖추게 된다. 뒤편 골목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차 없는 길의 ‘명상로’와 공원을 끌어안아 숲속 자연 고찰의 모습으로 바뀐다.
뒤편 공원은 숨어있던 공간. 그러나 숙명여학교, 목은 이색 영당, 매일신보 창간 터로 숨겨진 역사의 땅이었다. 이들이 조계사와 한 공간이 되면서 함께 살아나는 것이다.
빌딩 숲속에서 이리저리 채였던 오밀조밀 조계사가 아니라 자연 숲을 편안하게 끼고 앉은 역사와 전통의 넉넉한 조계사가 되는 것이다.
‘총본산 성역화 불사’는 2015년부터 조계사 주지와 총무부장을 세 차례나 역임하며 지금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지현스님의 오랜 역작이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과 수송동에 위치한 조계사는 누구나 다 아는 한국불교 1번지. 하지만 이름값을 하기엔 부족했다. 앉은 자리가 워낙 요지여서 옴치고 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뜻은 차고 넘치나 그저 상징적인 존재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현스님은 달랐다. 시작하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5년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불사 모연의 밤’을 열었다. 불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정성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성역화는 모든 불자도 원하던 것이었다. 겉모습으로 부처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계사가 조금은 더 번듯하고 위엄있기를 바랐다. 기금이 모이고 예산이 확보되면서 주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1원짜리 하나하나의 사연이 모두 달라 성역화는 그 뜻까지 성스러웠다.
2011년 삼오모텔을 매입한 후 한동안 부진했던 주변 건물 매입이 다시 시작되었다. 2016년 대웅전 맞은편 을유문화사, 2017년 일주문 부근 상아불교사, 후원 쪽 유정건물, 그리고 최근 일주문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동양금박건물까지 매입했다.
1차 정비가 거의 마무리된 것인데 쉽지 않았다. 모든 건물주들이 조계사가 옆에 있어 더없이 좋은 터를 팔려고 하지 않았다. 더러는 대의를 내세웠고 더러는 협상 줄다리기를 했고 틈틈이 ‘불사 원만성취 특별기도’를 하기도 했다.
옛 정취 속에서 오늘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 현대와 전통 가람을 넘나드는 조계사. 뚝심과 긍정심으로 일을 추진한 주지 지현스님은 모두 사대부중의 덕분이었다고 했다.
“모두의 덕분입니다. 총본산 성역화의 원만회향을 위해 어려운 시기임에도 한결같은 성원을 보내준 사부대중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